구당 김남수 선생님의 치료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 본다.
구당 김남수 선생의 치료의 특징
구당 선생님께서 사용하는 치료방법의 특징은 뜸이 주가 되고 침이 보조가 된다는 데 있다. 병의 시작 시점에는 대게 氣의 병으로 시작 되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 血의 병으로 진행한다. 기를 다스리는 데에는 침이 유리하고 혈을 다스리는 데에는 뜸이 유리하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은 틀리지는 않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서 이런 원칙을 가지고 치료하신다.
병의 원인이 다양하고 나타나는 임상양상도 다양 하지만 그 근본을 들여다보면 결국은 조혈(造血)과 순환(循環)의 장애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조혈에 참여하는 장기는 거의 모두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광범위하다. 肝, 心, 脾, 肺, 腎의 이상은 다 조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간은 간장혈(肝藏血)의 기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많은 물질을 만들어내고 생명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여러 물질(精)의 혈액 내 이동을 담당하는 수송기관으로서의 여러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간의 기능이 나빠져 간 경화가 되면 골수를 억제하여 범혈구감소증(pancytopenia)를 일으켜 자발적인 잇몸출혈이나 피하의 점상 출혈 등을 일으키고 여러 가지 감염에도 쉽게 노출되며 심한 빈혈을 유발하기도 한다.
심은 심주혈맥(心主血脈)의 기능이 있다. 모든 혈액의 이동통로가 되는 혈맥을 주관하고 상화의 도움을 받아 모든 조직과 세포에 영혈을 보내준다. 심장의 기능이 떨어져 심양(心陽)이 허쇠하게 되면 몸에서 필요로 하는 혈을 제대로 보내줄 수 없어 심부전의 증상이 발생한다. 이는 모든 조직과 장부의 허혈을 유발하여 물질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게 되어 몸 전체 장기의 음허(陰虛)를 유발 할 수 있다.
비는 비통혈(脾統血)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노화된 적혈구등을 파괴하여 신선하고 건강한 적혈구가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 해주고, 림프구의 생성과 활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췌장에서는 인슐린과 글루카곤, 소마토스타틴 등을 분비하여 당대사에 영향을 주며 HCO와 소화액을 분비하여 혈의 근원이 되는 영양소들을 섭취하게 하고 혈액의 산도(PH)를 조절하는 데도 영향을 준다.
폐는 폐조백맥(肺朝百脈)의 기능이 있다. 모든 적혈구는 폐를 거쳐서 청기를 통해 받아들인 산소를 가져야 그 존재의 의미가 있으며, 그 산소를 모든 조직과 세포에 가져가서 세포호흡을 통해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ATP를 만들어내게 한다.
신은 신주수(腎主髓)의 기능으로 골수를 주관하여 혈액속의 세포들이 만들어지는 공장을 관리하며 또한 에리트로포이에틴(erythropoietin)을 분비하여 적혈구 생성의 근원을 제공한다. 그리고 신주납기의 기능을 하여 몸의 산도(pH)를 조절하므로 산소와 이산화탄소분압을 적절히 유지하는 폐의 호흡에 영향을 준다. 산도(pH)의 유지를 통하여 몸속의 모든 물질[精]이 활동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물(水)의 환경을 조성한다.
이처럼 모든 장은 혈을 만들어내는데 직접적으로 관여하여 그 존재의 의미를 나타내며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혈의 순환을 통해 다시 그들의 역할을 수행할 힘을 얻는다. 이런 조혈과 순환의 과정이 생명유지의 관건이 되고 이것의 부조화가 병이라고 불리는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는 것이다.
혈의 순환을 추동 하는 것은 기이다. 기가 약해지면 혈을 제대로 순환시킬 수 없고 혈이 순환하지 못하면 기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기와 혈의 문제는 서로가 맞물려 운행 하면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종국에는 뭐가 먼저이고 뭐가 나중인지 구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반드시 모든 병에 기와 혈을 같이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런 면에서 침과 뜸을 같이하는 침 뜸 치료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기의 본질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해진 정설은 없다. 그 실체를 확인하기가 어렵고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도 현대 과학으로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전적인 기의 기능과 비슷하게 보이는 생리적인 현상이 있다. 그것은 전기이다. 생체는 이러한 전기 덩어리이고 살아있다는 하나의 증거이기도 하다. 각 세포는 휴지막전위(resting membrane potential)를 -60mV~-90 mV 정도를 가지고 있고 여기에 흐르는 전류의 양은 상당하다. V=IR의 공식에서 보는 것처럼 전류(I)는 전압(V)과 저항(R)에 의해 결정되는데 세포막의 저항은 아주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류 값은 크다. 이러한 힘으로 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체 정보전달에 있어 전기의 작용은 절대적이다.
대부분의 혈관을 지배하는 교감신경의 힘도 이 전기에서 나오고 그 전기적인 자극의 신호를 화학적 자극으로 바꾸어 혈관의 수축과 이완을 담당하는 것이 교감신경 말단에서 분비되는 에피네프린이다. 신경의 핵에서 만들어내는 자극량과 말단에서 분비되는 에피네프린의 자극량, 그리고 혈관 벽의 평활근 세포(smooth muscle cell)에 존재하는 수용체의 종류와 근육에 존재하는 여러 단백질과 전해질 등에 의해 혈액순환의 양이 결정된다. 혈액순환의 결정은 전기적 신호에서 시작 된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체성-내장 반사에 의해 나타나는 여러 장기의 허혈 현상에 의한 장기 기능의 감소에는 만성적인 전기 발생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것이 혈액순환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전기 발생의 문제가 시작되는 곳 중의 하나가 말초신경의 뿌리가 되는 신경근(nerve root) 부위이다. 이곳의 문제는 ‘독맥’ 부위, ‘유혈’부위, 협척과 유혈사이부위에 존재하는 여러 근육과 인대의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해부학적으로 극돌기간(interspinous process), 횡돌기(trasverse process), 그리고 화셋관절(fascet joint)부위의 문제가 신경근에 영향을 주어 신경근병을 발생하게 하고 탈신경 과민증을 만들어내어 말초 장기로의 혈액순환을 적절히 유지하는데 장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문제가 있는 척추 분절을 찾아내어 경혈반응을 관찰하고 증상과 비교하여 정확한 치료의 요점을 찾는 것이 치료의 관건이 된다. 바로 이 치료의 요점이 ‘독맥’이고, 협척과 유혈사이의 한 공간이며, ‘유혈’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곳에 침 뜸 치료를 하고 특히 뜸의 열 자극을 일정한 간격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반복함으로 인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여기에 무극보양뜸을 통해 전신의 氣를 조절하고 血의 순환을 돕는다. 무극보양뜸의 혈위로 사용되어지는 피부는 뇌의 연합섬유(association fiber)를 통해 각각이 영향을 주는 장기에 연결되고 에너지의 생성과 대사(火), 그리고 생명의 근간을 이루는 물(水) 의 흐름을 도와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무극보양뜸에 대하여는 뒤에서 다시 자세히 언급하려한다.
또 각 장부의 기가 가장 잘 모이고 그 병적인 상태가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이 ‘복 모혈(腹 募穴)’이다. 이곳에 치료를 하여 양에 해당하는 척추부위의 치료와 균형을 맞추어 준다.
경혈로 사용되는 대부분의 피부위치에 대한 연구는 아직 많이 부족하여 경혈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해내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수많은 세월을 거쳐 많은 사람을 치료한 경험을 통해 축적되고, 그 효과가 임상적으로 이미 검증이 된 경혈도 적지 않다. 이 책에서는 검증을 위한 책이 아니기에 치료를 위한 원리만을 설명하고자 하므로 내용의 이해가 부족하여도 너무 아쉬워하지 않기를 바란다.
구당 선생님의 진단의 특징
구당 선생님의 진단은 쉬운 듯 하면서도 따라하기 매우 어렵다. 진단의 결정적인 방법이 당신의 ‘감각과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 감각과 마음은 70년에 걸쳐 다듬어져온 경험에 의존한다. 물론 그 경험 속에는 그동안 보았던 수많은 책의 내용과 많은 의자(醫者)들과 교류하며 얻은 지식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가 처음 구당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감동한 것은 달변가이거나 지식이 많아서가 아니었다. 인체를 이해하고 있는 깊이가 필자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어 있었다. 간단한 듯 설명하는 내용들이 하나하나 음미해보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그것과는 달리 살아 있다는 느낌 이었다. 현대의학적 감각으로만 공부를 해오고 환자를 보던 필자의 귀에는 그런 구당 선생님의 강의가 충격으로 와 닿았다. 의(醫)의 길이 현대의학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혼란을 겪기도 하였다.
후에 구당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침술원에서 견학을 시작하면서 가장 배우고 싶었던 것이 선생님의 진단 방법이었다. 진단이 되면 치료는 따라오는 것이기에 혈(穴)자리 하나하나를 외우는 것보다는 환자를 느끼는 감각을 배우고 싶었다. 그러면서 침뜸의학에서 말하는 사진(四診)이 현대의학의 그 어떤 진단 도구보다 앞서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 사진(四診)은 기술이나 지식이 아니고 ‘감각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기에 기나 신을 느낄 수 없는 현대의학의 진단에 비해 앞서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현대의학이 앞서는 분야도 많지만 그것은 주로 정(精)이나 진액, 그리고 용(用)보다는 체(體)에 해당하는 부분인 것 같다.
‘감각과 마음’은 지식과 경험이 함께 어우러져야 하고 또 정신 수양이 있어 마음이 맑아야 하는 것이기에 공식을 외우는 것 같은 기계적인 수련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진단에 대해 다 말할 수는 없고 선생님의 진단의 특징만을 간략하게 요약하여 보았다.
① 사진(四診)으로 주로 진단하시며 그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은 문진(問診)이다.
② 옷을 벗기고 복부와 배부의 안진(按診)을 철저히 한다.
③ 맥진(脈診)은 진단의 결정 요인이 아니고 단지 참고를 할 뿐이다.
④ 장부(臟腑)의 이상을 주로 진단하지만 허실을 위주로 보진 않는다.
⑤ 한번에 진단하지 않고 여러 번 관찰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진료 여건상 이렇게 못하실 때가 많다. 환자들이 계속 진료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볼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고 진료받기 원하는 사람은 많기 때문에 자주 와서 진료를 받기가 환자의 입장에서 무척 어려운 일이다.
구당 선생님의 치료의 특징
선생님의 치료는 쉽다. 치료의 도구가 주로 ‘뜸’이기 때문이다. 물론 쉽다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제대로 치료를 하려면 쉽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의 효과만을 기대한다면 흉내만 내어도 된다. 치료의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무극보양뜸을 치료의 기본으로 삼는다.
- 침과 뜸을 동시에 병행한다.
- 침의 보사법을 쓰지 않고 평보 평사한다.
- 뜸을 주로하고 침을 보조로 사용한다.
- 뜸 봉의 크기를 반 미립대로 하여 매일반복하게 한다.
- 치료의 혈은 ‘복 모혈’과 ‘배 유혈’의 조합이 기본이 된다.
- 척추부위가 병의 뿌리(과일의 꼭지에 자주 비유함)에 해당한다고 보아서 ‘배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치료 점을 척추주위에 잡는다.
-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경혈자리를 정하고 대부분의 사람에게 침을 놓는 자리를 갖는다.
진단에 대해서는 뒤에 처방 각론을 통해서 언급을 하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치료의 특징들 위주로 기술을 해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