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인병기학은 병인(病因)와 발병(發病) 그리고 병기(病機)로 구성되어 있다. 병인병기학에서 병인과 병기에 대해서는 언급이 많이 되는데, ‘발병’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언급이 안되는 것 같다. 우리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좋은 것을 먹고 좋은 환경에서 지내며 위생 관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덜 좋은 음식 덜 좋은 환경에서도 정기(正氣)를 강한 상태로 유지한다면 사기(邪氣)의 침입이 있더라도 발병을 막거나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즉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단순히 사기에 노출되는 것을 회피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기에 노출되더라도 발병이 되지 않도록 자신의 정기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이번 글에서는 발병(發病)에 대해서 알아본다.
발병의 원리를 연구하는 목적
발병의 원리를 연구하는 목적은 병인이 인체를 침범하였을 때 어떤 경우에는 발병하고 어떤 경우에는 그렇지 않으며 또 어떤 상황에서는 병이 가볍고 어떤 상황에서는 병이 중해지며, 또 서로 다른 내외조건이 조성할 수 있는 병정(病情:병변의 가볍고 심한 정황)의 다양한 차이를 밝히는 데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밝혀지면, 어떤 조건을 인위적으로 조성함으로써 병인이 인체를 침범하더라도 발병하지 않게 하거나 혹은 가볍게 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발병 후의 양상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발병은 정기의 강약을 위주로 하는 정사 간의 대립과 체질에 의해 좌우되며, 이 외에도 기후, 지역, 계절 등의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을 포함하는 외적인 조건 역시 발병과 유기적인 관련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발병의 원리를 잘 이해 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인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할 수 있다.
정사(正邪)와 발병
1) 정기(正氣)
정기는 인체의 기능 활동을 정상으로 유지시키고 회복시키는 기운이므로 정기가 왕성하여 기혈이 충만되면 방어 기능이 견고하여 병사(病邪)가 침범하지 못한다. 즉 정기를 건강하게 유지하면 사기에 노출되더라도 발병이 되지 않을 수 있다.
2) 사기(邪氣)
사기는 부정지기(不正之氣)에 속한다. 정(正)과 사(邪)는 반대 되는 말이다. 인간이 자연계 내에서 생활하다보면 잠시라도 사기와 접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정기의 항사(抗邪, 사기邪氣에 대항하는) 능력으로 발병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만약 인체의 정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거나 사기가 지나치게 성하여 인체 정기의 항사능력을 초과하는 경우는 사기가 정기의 허를 틈타 인체에 침입한다. 따라서 사기와 정기의 항쟁은 인체가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한 계속된다.
단, 정상적인 상황 하에서는 정기가 사기를 이기므로 발병하지 않고 사기와 정기 사이의 항쟁을 쉽게 느끼지 못하는데, 발병과 질병과정에서는 사기와 정기 간의 항쟁이 매우 두드러지고 뚜렷한데 이는 발병여부, 질병의 예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3) 정사투쟁의 결과가 발병의 여부를 결정
정사투쟁은 정기와 사기의 투쟁을 말하는 것으로, 이런 투쟁의 승패는 직접적으로 ‘발병’과 ‘불발병’에 관련되어 있으며, 또한 질병의 발전 및 전귀(轉歸:앓고 있는 병이 어떤 결과에 이르는 일, 또는 그 결과)에 영향을 준다.
정기가 사기를 이기면 병이 나지 않는다
사기가 인체를 침입하면 정기가 반드시 사기에 대항하는데, 만약 정기가 강성하여 사기레 유력하게 대항하며 병사가 침입하기 어렵고 혹은 침임 후에도 정기에 의해 추방되어 병리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즉 정기가 강성하여 사기를 이겨내면 발병하지 않는다. 좋은 음식과 운동을 통해서 정기를 강하게 유지한다면 사기에 노출되더라도 발병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사기가 정기를 이기면 병이 난다.
정사투쟁의 과정에서 인체의 정기가 허약하거나 사기가 편성하여 정기가 사기를 이리지 못하면 장부의 음양과 기혈이 실조하고 기기역란(氣機逆亂:장부기능 활동 장애=기기실조氣機失調)하여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내외 환경과 발병
사람의 몸은 유기체로 어떤 질병이 발생한다는 것은 장부와 경락 등의 조직구조 및 그 기능상태에 이상이 발생하고, 체내의 환경이 협조와 평형을 잃은 상태를 의미한다. 만일 인체의 자아조절기능이 저하되머나,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이 매우 열악하고 급변하게 되면 체내 환경의 상대적인 안정상태가 파괴되어 질병이 발생한다.
1) 외부 환경과 발병
대개 자연환경과 사회환경을 가리켜 외부환경이라 한다. 기후변화•지리적 특성•환경위생 등이 자연 환경에 속하고, 사회적 지위•경제적 상황•문화정도•가정환경•상황의 변화와 인간관계 등이 사회 환경에 속한다.
기후요인
내경에 따르면, “사계의 기후변화는 오장을 손상시킨다”고 하였다. 각종 질병의 발생이나 만성병의 재발은 대붑분 계절과 관계가 있다.
지리요인
지역마다 기후 환경과 지리적 환경이 다르면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지므로 각 지역의 다발병 역시 차이가 있다.
생활환경과 근로환경
쾌적하지 않은 생활환경과 근로환경은 항상 발병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다.
사회 환경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사회 속에서의 정치적 지위•경제상황•문화정도•가정환경•환경의 변화 및 인간 관계 등도 질병의 발생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내경에 따르면 “일찍이 귀하였으나 나중에 비천해지면 비록 사기의 침입을 받지 않더라도 병이 내부에서 생겨난다.” “갑작스러운 즐거움이나 갑작스러운 고생 혹은 처음에는 즐거웠다가 나중에 고통을 받는 것 등은 모두 정기를 손상시킨다.”
2) 내부 환경과 발병
인체의 내부환경은 장부와 경락 등의 조직구조 및 그 생리기능으로 조성된다. 인체의 내부환경은 정상적인 상황 하에서 상태적인 협조평형 상태를 유지하는데, 만일 체내환경의 협조평행 상태가 파괴되면 즉시 질병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내부환경이란 인체의 정기의 강약을 말하며 질병발생의 내재적인 근거가 된다.
체질과 발병
질병의 발병 원인은 같더라도 임상증상과 발병과정이 다른데 이는 체질에 의해 좌우됨을 알 수 있다.
체빌은 비록 선천적인 품부(稟賦:선천적으로 타고남)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나, 더욱 중요한 것은 후천적인 영양섭취와 적당한 노동•휴식 및 체력단련이다.
정신정지의 상태와 발병
정신이 유쾌하고 정지(情志=정서)가 편안하면 기기가 원활하게 소통하고 기혈이 조화를 이루어 장부•경락 등의 생리기능이 충분히 발휘되므로 사기가 쉽게 침입하지 못한다.
만일 정지가 자극을 받고 정서파동이 일어나 기혈이 조화를 잃고 기기가 역란하면 정기가 허약해져 쉽게 발병을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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