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학에서 병인병기학 분야의 전체 구성을 살펴 본다. 병이병기학은 기본적으로는 병인(病因), 발병(發病), 병기(病機)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병인(病因)은 인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각종 원인을 말하고, 발병(發病)은 발병요인이 인체에 작용하여 질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하며, 병기(病機)는 질병이 발생•발전•전귀하는 기전을 말한다.
병인병기학 서론
동/서 의학 인체관의 차이
동양과 서양의 병리학은 그 목적은 같다 하더라도 인체관과 질병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연구 방법도 달라지므로 임상 치료면에서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동서의학이 다 같이 인체의 질병을 대상으로 하지만 서양에서는 인체구조를 단위로 환원시켜 다루었고, 동양에서는 언제나 전일적(全一的) 생명체로 보고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였다. 따라서 서양의 병리학은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론적 입장에서 출발하였고, 동양의 병리학은 자연학적인 생명체 입장에서 출발하였다.
동/서 의학 질병관의 차이
서양에서는 근대 이후 세균의 발견으로 질병이 병원균(세균)에 의해 발생한다는 병인학설이 형성되었다. 따라서 서양의 질병관은 인체 자체의 내적 요소보다는 외적인자에 의한 환경적 조건을 중시하게 되었고 멸균•살균•항균 등 균에 대한 방어나 박멸에 치중하는 외인 중심의 질병관이 나타났다.
반면, 동양의 질병관은 인체를 하낭의 유기적 생명체로 보고 아무리 외부로부터 사기가 침입한다해도 내적으로 정기가 견실하면 이를 막아낼 수 있어 질병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는 내인 중심의 질병관이 주를 이룬다.
미래의학의 방향성
서양의학의 질병관은 인류보건에 지대한 공헌을 하여 오늘날 병원균으로 인한 전염성 질병을 퇴치할 수 있게 하였으나 정신적 스트레스나 면역성 질환, 혹은 유전적 질환에는 아직도 어려운 점들이 많이 있다. 따라서 미래의학은 이제 내적인 요인에 의한 많은 난치성 질병이 치료의 대상이 될 것이다.
병인병기학 구성
1. 병인(病因)
: 인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각종 원인.
병인을 크게는 원발성 병인과 속발성 병인으로 나눠 볼 수 있다
2. 발병(發病)
: 발병요인이 인체에 작용하여 질병을 일으키는 것.
모든 질병의 발생이 육음외감, 칠정내상, 노권, 음식, 외상 및 담음, 어혈 등의 병인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병인들이 질병의 전 과정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즉 발병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에 어떠한 발병인자가 인체에 침입하였다고 해도 바로 그에 해당하는 병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같은 발병인자라고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발병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발병하지 않고, 설령 발병한다고 하더라도 나타나는 병증에 서로 많이 차이를 보이게 된다.
3. 병기(病機)
병기란 질병이 발생, 발전, 변화 및 전귀(轉歸)하는 기전(機轉)이다.
질병은 종류가 많고 다양하며 병인이 다르고 신체 조건과 환경이 다르므로 병리기전은 복잡하고 변화가 많지만 대체적으로 정사투쟁(사정성쇠), 음양실조, 기·혈·진액실조 등으로 병기 변화를 요약해 볼 수 있다.
병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주 다양하며, 질병 자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실제 임상에 있어서는 병인, 발병 및 병기의 지식을 활용하여 환자의 병기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세밀한 분석을 해야 한다.
질환이 다르면 병기가 달라질 뿐 아니라, 같은 질환인 경우에도 사람에 따라 병기가 달라지며, 같은 질환 같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단계에 따라 병기 역시 달라진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임상에서 “변증”한다는 것은 바로 병기를 분별한다는 의미이며, 치료의 기초를 제공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