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창제의 원리는 알수록 놀랍다. 한글은 우리 대한민국이 지적으로 문화적으로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글 창제는 우리나라의 건국 이념인 “홍익인간”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한글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공유’의 철학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세종대왕의 이러한 위대한 ‘한글 창제’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며 ‘한글 창제 원리’에 대해서 정리해 본다.
훈민정음 창제의 원리
1. 초성제자(初聲制字)의 원리
훈민정음 해례(解例)의 자음의 조직 원리는 발음기관(發音器官)의 상형(象形)과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 입각하여 살피면, 자음을 오음(五音)으로 나누고 발음기관(發音器官)을 상형(象形)하여 기본자(基本字)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다섯 기본자를 근간(根幹)으로 다시 가획(加劃)의 방법으로 같은 조음계통(調音系統)의 자음을 다음과 같이 체계화하였다.
이것은 각 기본자의 음별(音別)로 소리가 세어짐에 따라 획을 더해 가서 가획자를 만들은 것이다. 즉, ㄱ-ㅋ, ㄴ-ㄷ-ㅌ, ㅁ-ㅂ-ㅍ, ㅅ-ㅈ-ㅊ, ㅇ-ㅇ-ㅎ이 가획자 중에서 오직 아음 ㅇ만이 가획의 원리에서 벗어나는 오직 하나의 이체자(異體字)로서 각 음종의 3자가 체계화에서 조화를 벗어났으며 후음의 기본자 ㅇ과 구별하여 아음의 기본자로 삼지 않았다.
그리고 가획의 방법으로 체계화한 오음 각 3자의 15자 체계에서 벗어나는 글자에 대하여서는
다음과 같이 두 개의 이체(異體)를 만들었다.
이상 17자는 훈민정음 제작한 선조들이 자음의 기본음소(基本音素)로서 제작한 것이 분명하며,
그 조음 위치에서 발음 기관을 상형한 과학적인 체계를 수립했음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합용병서(合用 書)와 각자병서(各自書)가 있다.
2. 중성제자(中聲制子)의 원리
중성 자모(字母)는 기본자(基本字), 초출자(初出字), 재출자(再出字)로 11자가 있다. 기본자는 ‘·’, ‘ㅡ’, ‘ㅣ’로 ‘·’는 둥근 하늘의 모습을 본뜬 것이데 혀가 오그라들고 소리가 깊음을 의미하며, ‘ㅡ’는 땅의 평평한 모양을 본뜬 것이데 혀가 오그라들고 소리가 깊지도 얕지도 않음을 의미하고, ‘ㅣ’는 사람의 서 있는 모양을 본뜬 것인데 혀가 오그라들지 않고 소리가 얕음을 의미한다.
즉, 기본자는 천(天), 지(地), 인(人)을 상형하였는데 이를 삼재(三才)라 하기도 한다.
초출자의 제자원리는 아래와 같다.
‘ㅗ’는 ‘·’와 같지만 입이 오므라지며 그 꼴은 ‘·’와 ‘ㅡ’가 어울리어 된 것이므로 하늘과 땅이 처음 사귀는 뜻을 딴 것이다.
‘ㅏ’는 ‘·’와 같지만 입이 벌어지며 그 꼴은 ‘ㅡ’와 ‘·’가 어울리어 된 것이므로 하늘과 땅의 작용이 사물에 나타나나 사람을 기다려서 이룩된다는 뜻을 딴 것이다.
‘ㅜ’는 ‘ㅡ’와 같지만 입이 오므라지며 그 꼴은 ‘ㅡ’와 ‘·’가 어울리어 된 것이므로 역시 하늘과 땅이 처음 사귀는 뜻을 딴 것이다.
‘ㅓ’는 ‘ㅡ’와 같지만 입이 벌어지며 그 꼴은 ‘·’와 ‘ㅣ’가 어울리게 된 것이므로 역시 하늘과 땅의 작용이 사물에 나타나나 사람을 기다려서 이룩된다는 뜻을 딴 것이다.
마지막으로 재출자의 원리를 살펴보면
‘ㅛ’는 ‘ㅗ’와 같지만 ‘ㅣ’에서 일어나고, ‘ㅑ’는 ‘ㅏ’와 같으나 ‘ㅣ’에서 일어나고, ‘ㅠ’는 ‘ㅜ’와 같지만 ‘ㅣ’에서 일어나고, ‘ㅕ’는 ‘ㅓ’와 같지만 ‘ㅣ’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3. 종성제자(終聲制字)의 원리
삼분법으로서 초성, 중성, 종성을 설정한 세종은 다시 초성이 종성이 되고 종성이 초성이 되는 원리를 발견하여 종성을 따로 짓지 않고 초성을 다시 쓰기로 하였다.
종성부용초성(終聲復用初聲)이라 하여 초성을 종성에 사용 가능하다고 예의편(例義篇)에 수록하고 있다.
훈민정음 창제 시 글자의 수 – 초성 17자, 중성 11자
훈민정음 해례본 예의에서는 중국 운학의 체계에 따른 순서대로 배열되었다.
곧 초성은 아설순치후, 반설, 반치 : 전청, 차청, 불청불탁의 순서대로, 중성은 천지인의 순서와 양음, 초출, 재출의 순서대로 배열되었다.
초성(자음) : 17자
중성(모음) : 11자
형지원상호천야 (形地圓象乎天也) – 하늘의 둥근 모양을 본뜸
형지평상호지야 (形之平象乎地也) – 땅의 평평한 모양을 본뜸
형지립상호인야 (形之立象乎人也) – 사람의 서 있는 모양을 본뜸
한글과 발음기관의 모양과 위치
한글 글꼴의 조형성
훈민정음 해례본을 통해 한글 구조의 조형적 예술성을 밝혀보고자 한다. 한글의 구조적 조형에 대한 우수성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한글 창제의 원리를 최초로 밝힌 훈민정음(訓民正音: 1443년 창제,1446년 반포) 분석이 필수적이다. 훈민정음은 “訓民正音解例本” 이라는 원명으로 세계기록문화 유산과 국보70호로 지정된 목판본으로 33장 66면으로 되어있으며 한자와 한글로 이루어진 책이다. 세계 최초로 문자창제에 대한 기록을 남긴 문헌으로 한글 239종 547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 민족의 문자인 한글 자형을 최초로 실은 책으로 그 의의가 더욱 크다.이 책에 실린 한글 자음 29종, 모음 31종, 문자 239종은 모두 곧은 서선과 둥근 원획을 조합시켜 이루어진, 조형성이 뛰어난 낱자의 자형-글꼴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한글 창제 후 550여년 동안 수많은 글꼴이 만들어졌으나 한글 글꼴을 이해하고 연구하기 위해서는 그 원조인 훈민정음해례본(표1)에 나타난 한글의 조형성을 알아보는 것이 가장 의의가 있다고 보며, 여기서는 한글의 창제원리와 구조적 조형성을 함께 분석해 본다 ( 관련 링크 참고)
훈민정음과 소리 오행
『훈민정음』제자해에서 관련 내용을 살펴보면, 음양오행이 우주만물의 유일한 원리이고 사람의 소리도 모두 음양오행의 이치를 가지므로 소리에 본래 담겨진 음양오행의 이치에 따라 자연스레 훈민정음을 만들되 각 글자에 해당하는 모양을 상형해서 만들었음을 언급하고 있다
훈민정음 초성의 상형 원리
ㄱ : 혀뿌리가 목젖에 닿는 모양 ㄴ : 혀끝이 윗잇몸에 닿는 모양 ㅁ : 입 모양 ㅅ : 이 모양 ㅇ : 목구멍 모양 |
『훈민정음』제자해 초성의 내용과 작명 소리 오행
소리분류 | 조음기관 | 조음기관 특징 | 소리특징 | 오행 | 사계 | 오방 | 오음 | 훈민정음 | 작명오행 |
喉音 | 목구멍 | 邃而潤 | 虛而通 | 水 | 겨울 | 북 | 우 | ㅇㆆㅎ | ⇒土 |
牙音 | 어금니 | 錯而長 | 似喉而實 | 木 | 봄 | 동 | 각 | ㄱㅋㆁ | 木 |
舌音 | 혀 | 銳而動 | 轉而颺 | 火 | 여름 | 남 | 치 | ㄴㄷㅌ(ㄹ) | 火 |
齒音 | 이 | 剛而斷 | 屑而滯 | 金 | 가을 | 서 | 상 | ㅅㅈㅊ(ㅿ) | 金 |
脣音 | 입술 | 方而合 | 含而廣 | 土 | 늦여름 | 중앙 | 궁 | ㅁㅂㅍ | ⇒水 |
한자 획수에 근거한 수리성명학은 작명가들마다 획수 계산법이나 조합법이 분분한데다가 한국 사람의 이름은 한글을 주로 사용되므로 소리오행으로 이름을 짓는 발음성명학이 점차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발음성명학에서는 신경준(申景濬, 1712~1781)의『훈민정음운해(訓民正音韻解)』에 따라 후음과 순음을 훈민정음 제자해의 오행 분류와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이런 차이에 대한 보다 깊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 (관련 글 링크 참고)
<훈민정음해례본>에서 설명하는 창제 원리

▲ 훈민정음해례본 안동본 훈민정음해례본 1446년 간행되었으나 1940년에야 안동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훈민정음해례본의 전문 내용
훈민정음해례본의 전문 내용은 많이 알려져 있는 내용으로 다음과 같다.

(국립국어원:2008 역) 한국어의 음운체계가 중국과 달라서 중국어나 한국어를 기록하는 한자와는 서로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 백성들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한자로는 제 뜻을 펼 수 없는 사람이 많다.
우민(愚民)은 어리석은 백성이 아니다
임금의 서문에 나오는 ‘우민’을 대개 어리석은 백성으로 풀이하고 있다. 어리석다는 것은 슬기롭지 못하고 둔하거나, 눈앞의 욕망에 가려 일을 그르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민은 그런 어리석은 백성이 아니다. 단지 글자를 몰라서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백성일 뿐이다. 글자를 모른다고 해서 왜 어리석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가? 글자를 몰라도 얼마든지 슬기로울 수 있고 민첩할 수 있고, 눈앞의 욕망도 넘어설 수 있다. 글자를 배울 수 없어 힘들게 살아가는 것만도 원통한 일인데, 어리석다는 소리까지 들으면 얼마나 비통하겠는가? 누군가 어리석은 백성이 어쩌고 하며 서문을 외우는 소리를 들을 적에나, 혹은 책에 나오는 그런 낱말을 볼 적마다 참으로 가슴 아프다. 단지 더 배우고, 더 알아가야 할 어린 백성일 뿐이기에 부디 언해본의 풀이 그대로 ‘어린 백성’으로 불렀으면 한다.
훈민정음해례본의 본문 내용
그런데, 훈민정음해례본의 본문 내용에 대해서는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국립국어원:2008 역)
천지 자연(우주)의 원리는 음양오행 뿐이다.
곤(坤)과 복(復)의 사이가 태극(太極)이 되고 (곤괘와 복괘의 사이에서 태극이 생겨나서), (이 태극이) 움직이고 멎고 한 다음에 음(陰)과 양(陽)이 (우선) 생겨나는 것이다(그러니),
무릇 하늘과 땅 사이에 목숨 갖고 존재하는 것들이 음양을 버리고 어디로 가겠는가.
그러므로 사람의 솔[有聲音]도 다 음양의 이치가 있는 것인데 사람이 살피지 못할 뿐이다.
이제 정음을 만든 것도 애초부터 슬기로써 마련하고 애씀으로써 찾은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성음을 바탕으로 하여(성음의 원리에 따라서) 그 이치를 다한 것뿐이다.
이치가 이미 둘이 아니니 어찌 천지 귀신과 함께 그 활용을 같이 하지 않겠는가?
본문 첫 구절을 보면, 글자 만든 원리를 설명하는 첫 글이 “천지의 道는 하나의 음양오행일 뿐이다”로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태극, 음양 등의 이야기를 하며 “사람의 말소리에도 모두 음양의 이치가 있을지니. 돌이켜보건대 사람이 살피지 못했을 따름이었도다!” 하는 말로 이어가고 있었다.
우리가 쓰는 글자가 음양오행의 이치로 이루어져 있다니 이 무슨 소리인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기로는 모음은 천지인의 형상에서 따왔고, 자음은 입 모양에서 따왔다는 것인데 훈민정음해례본의 본문 내용은 좀 다르다.
“정음을 지은 것은 사람의 능력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다만 그 말소리를 따라서 그 이치를 다했을 따름이다.”
말하자면 말소리가 만들어지는 자연의 이치 그대로 만든 것이 정음이라는 것이다
흔히 모음은 천지인의 원리인 줄 알지만, 자음도 천지인의 원리인 줄은 모른다
세상 만물 중에 천지인의 원리를 담고 있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미 사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는 먼지 한 알갱이에도 반드시 천지인의 이치가 담기게 된다. 물질의 근본원리는 반드시 하늘과 땅이 있고, 사람이 존재하는 한 사람이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초성 역시 그 속에는 반드시 천지인이 들어 있다. 초성에서 가장 쉽게 예를 살펴볼 수 있는 것으로 후음의 모양이 있다. 다음 그림을 보자.

▲ 초성의 천지인 원리 <사람이 하늘과 땅을 품는다 훈민정음해례본> 도서출판 한울벗 146p
그림과 같이 하늘에 속하는 소리는 텅 빈 둥근 소리다. 소리의 음가 역시 해례본에서 ‘물이 빈 듯이 허명한 소리’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비강을 열어주는 소리다. 비강을 여는 이유는 하늘에 속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다음에는 하늘을 바탕으로 땅의 소리가 생긴다. 땅은 채워져 있기 때문에 비강을 닫고, 목구멍을 막아서 소리 낸다. 그 소리는 깊고 고요한 소리다. 땅의 소리가 생겨난 후에 사람의 소리가 생긴다. 땅 위에 사람이 일어선 모양이며 활발한 사람의 움직임을 담아 가장 빠르고 활발한 소리다. 다른 초성도 오행의 형태에 따라 모양은 다르게 되지만 천지인 원리는 정확히 적용된다. 이렇게 모든 소리는 하늘과 땅을 바탕으로 사람이 생겨나는 세 요소를 항상 바탕에 두고 있다. 이것은 사람이 하늘과 땅을 바탕으로 완성을 이루어가야 하는 주인공인 것을 보여주는 가르쳐주는 것이다.
관련한 세부 내용은 링크 기사 내용을 참고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