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연주감상] 베토벤 ‘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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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e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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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의 Pathétique(비창)은 수많은 피아노 소나타 곡중에서도 많이 알려진 곡이다. 이 ‘비창’의 2악장 연주를 세계 최고의 베토벤 전문가 임현정(HJ Lim)과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를 같이 감상해 보자.

Pathétique(비창)곡에 대해

곡이 쓰여진 시기

이 소나타는 1798년부터 1799년에 걸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는 베토벤의 20대 마지막 무렵이었으며, 그가 이 소나타의 작업을 완료했을 때, 그의 부모는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어떤 학자들은 이 소나타가 베토벤의 생애 전반기를 그린 것이라고 전한다. 작곡가의 고독한 마음이 표현되어 있지만,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 인내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 작품의 작곡을 시작할 당시 베토벤은 이미 자신의 청각 장애의 최초 징후를 경험하고 있었다.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2악장 연주가 많이 된다.

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Pathétique”: I. Grave – Allegro di molto e con brio
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Pathétique”: II. Adagio cantabile
Piano Sonata No. 8 in C Minor, Op. 13 “Pathétique”: III. Rondo. Allegro

작품은 전 3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 Grave (장중하게 느리게) – Allegro di molto e con brio (활기차고 매우 빠르게)
  2. Adagio cantabile (노래하듯이 천천히)
  3. Rondo. Allegro (빠르게)

총 연주 소요 시간은 20분 미만이다.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두 번째 악장의 유명한 가락은 영화와 광고를 비롯, 여러 분야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으며, 이 소나타가 더 큰 인기를 끄는데 큰 몫을 했다

세 번째 악장은, 1999년에 출시된 리듬 게임 “펌프”에서 반야의 편곡으로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제목으로 삽입된 바 있다. 

베토벤이 직접 부제를 붙이 딱 2개의 곡 중에 하나

‘비창’(Pathetique)이라는 부제는 베토벤이 직접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아노 소나타 32곡 중에서 베토벤이 직접 표제를 붙인 것은 8번 ‘비창’과 26번 ‘고별’밖에 없다고 하는데, 나머지는 악보 출판업자나 후대의 시인 등이 곡을 듣고 붙인 제목이다. 비창은 베토벤이 직접 표제를 붙였다는 것에서 이 음악을 통해 베토벤이 뭔가 특별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뜻으로 볼 수 있겠다.

베토벤이 비창곡에 처음에 붙였던 제목은 “Grande sonate pathetique” 이었다.

부제가 프랑스어인 것과 해석에 대해서

베토벤은 악보에 주로 이탈리아어나 독일어를 주로 사용했다. 그런데 이 비창에서 갑자기 프랑스어인 “Pathétique(퍼테티크)“를 사용했다. 당시 베토벤은 프랑스어 관심이 있어 배우기도 했다는 얘기가 있다.

이 곡의 부제인 프랑스어 “Pathétique”는 우리나라 말 ‘비창’으로 번역하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견도 있다.

“pathétique”는 원래 프랑스어로 “비창(悲愴)한”이 아니라 “비장(悲壯)한”이라는 뜻이다. “pathetique”가 우리나라에서 “비창한”이라고 불리는 것은, 사실 일본식 발음에 따른 오역으로 볼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비창”은 “마음이 몹시 상하고 슬픔”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고, “비장”은 “슬프면서도 마음을 억눌러 씩씩함”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비창에 관련된 베토벤 이야기

“신분의 한계 앞에서 당당하다”

베토벤은 음악뿐 아니라 불합리함과 맞서 싸운 저항 정신으로도 유명하다.

황제를 참칭한 나폴레옹에게 분노하고, 굴신의 처세에 능한 괴테를 경멸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신분이 낮았던 베토벤은 차별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다. 이러한 저항 정신이 후원자들에게 예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리히노프스키 공작은 베토벤의 후원자로 베토벤이 편지를 통해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최고의 후원자’라고 표현할 정도로 유대감이 강한 관계였다. 평소 베토벤의 가능성을 눈여겨 봤던 리히노프스키 공작은 그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었고, 베토벤은 ‘피아노 소나타 제8번 c단조 Op.13 <비창>을 비롯 여러 명곡을 헌정함으로써 공작의 은혜에 보답했다.

당당함으로 차별에 저항

베토벤은 리히노프스키 공작의 집에 드나들 때 거쳐야 하는 버거로운 절차를 끔찍하게 싫어했다고 한다. 이를 알게된 리히노프스키 공작은 하인에게 베토벤의 자유로운 출입을 방해하지 말하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처럼 공작은 베토벤을 최대한 배려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개인적으로 친하다 하더라도 신분의 차이는 다른 문제였다.

이렇게 잘 지내던 관계에 금이 가는 사건이 있었다. 어느 날 리히노프스키 공작이 사전 양해도 없이 프랑스 장교들 앞에서 연주를 요청하자 베토벤은 격노를 하며 문을 박차가 나갔다고 한다. 이는 베토벤이 당시 나폴레옹에게 극도의 반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인데, 이때 베토벤이 남겨 놓고 떠났다는 유명한 메모가 바로 ‘당신과 같은 귀족은 얼마든지 있으나 베토벤은 세상에 나 하나뿐입니다‘ 라는 메모였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이후 리히노프스키 공작이 사망할 때까지도 회복하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고 한다. 신분 앞에서도 당당했던 베토벤의 면모가 드러나는 일화이다.
(임현정의 책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참고)

연주자 소개 및 연주 영상

임현정(HJ Lim)

임현정은 명실 공히 베토벤 전문가이다. 단지 베토벤 곡을 연주하는 전문 연주가가 아니라, 베토벤의 삶 전체에 빠져서 스토커처럼 베토벤의 연애편지와 일기장까지 다 읽었다고 한다. 본인의 표현에 의하면 당시 베토벤에 미쳐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음악적인 것 뿐 아니라 베토벤 삶의 전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베토벤이 어떤한 마음으로 작곡을 하고 연주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 탐구했고, 임현정이 23세 때 세계 최연소로 베토벤 전곡을 모두 암기해서 연주회도 하고 EMI와 계약해서 녹음 음반 발매해서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까지 했을 정도의 뛰어난 연주 실력과 베토벤의 삶 전체에 몰입했던 진정한 베토벤 전문가이다. 임현정은 자신도 어린시절(13세) 홀로 파리 유학을 하면서 많은 차별을 겪어야 했기에 인류의 자유와 평등을 중시한 베토벤 사상과 당당함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더 자세한 정보는 임현정 관련 포스트 참고)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연주하려면, 연주시간만 임현정의 연주템포로 10시간 정도(연주회로는 8번 연주회를 해야함) 걸린다고 한다. 연주자에 따라서는 15시간까지 걸린다고 한다. 특히 임현정은, 당시 베토벤이 템포를 맞추기위해서 메트로놈이라는 장치를 사용했었고, 베토벤이 사용하고 기록해 두었던 메트로놈 템포를 그대로 따라하려고 했기에 베토벤이 의도했던 연주 빠르기로 그대로 연주한 것이라고 말한다.(임현정의 베토벤 곡 연주 빠르기는 다른 대부분의 연주자들의 연주 빠르기보다 빠르다)

임현정-비창연주-시작

조성진(Seongjin Cho)

조성진은 두 말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다. 조성진 특유의 표정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감정을 절제하며 ‘비창’을 연주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2017.8.18 녹화-롯데콘서트홀)

조성진-비창연주0
조성진-비창연주

임현정(HJ Lim) 관련 링크

임현정 연주 및 인터뷰 영상 모음

임현정 관련 포스트